2006/11/21

비오는날 생각나는 영화 한편

비오는날 생각나는 영화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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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줄기차게 비가 온다고 하니.. 잘됐네.. 집에 짱박혀서 영화나 봐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비오는날 보기 좋은 영화

브레이드 러너


이 영화를 본게 대학 3학년 쯤인가 싶다. 노가대를 가서 일하던 인부와 영화 얘기 하던중 꼭한번 보라고 해서 본 영화다. 비디오 방에서 대여해서 빌려본 후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필리 K. 딕의 원작인 '엔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2019년의 황량하고 암울하고 습기가득한 어두운 미래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계 문명에 찌든 (별로) 인간답지 않은 인간과 그런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 보다 인간다운 리프릴컨트와(인조인간)의 사투와 인간적 고뇌를 그려내고 있다.


개봉당시에는 지나치게 어두운 미래 설정과 난해한 이야기로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으며 참패를 면치못했지만 (게다가 ET와도 경쟁해야 했었다) 거의 광적이다 시피한 팬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으며, "명작,걸작"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으며, 사이버펑크의 대표작, 포스트모더니즘을 선도한 교과서적인 영화로 까지 지위가 격상되었다. 이 후 만들어진 매트릭스, 다크시티, 12몽키스, 공각기동대 등 디스토피아 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는 작품들을을 보면 확실히 브레이드 러너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브레이드 러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리플리컨트인 배티와 브레이드 러너인 데커드가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4년이라는 제품의?) 수명이 다한 배티가 자신의 동료와 애인을 죽인 데커드를 구해주고 내리는 빗속에서 생을 마감하기전 독백을 하는 장면이다. 가장 멋진 영화 대사라고 생각된다. 이보다 멋진 영화대사는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배티 : 난 당신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별 옆에서 불타던 전함, 탠하우저 게이트 근처의 어둠속을 가로지르는 C-빔의 불빛도 보았어.
그 모든 순간들은 시간 속에서 사라지겠지. 빗속에 흐리는 내 눈물처럼(...like tears in rain ).
이젠 죽을 시간이야.

데커드(독백): 난 그가 왜 나를 살렸는지 모른다. (중략) 그가 찾던 것은 우리 모두가 찾고 있던 답이다.
난 어디에서 왔나 ? 어디로 가나 ?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


인간에 의해서 전쟁무기로 제조된 배티가 가진 추억의 순간 이라고 하는 것들은 가장처참하다고 말하는 "전투"와 관련된 것들이다. 그러나 수명이 다한 순간에는 그 마저도 붙잡고 싶은 시간들이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어쨋든지 간에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 축복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게 남은 시간을 알고 있다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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