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7

프로그래밍이 예술의 영역일까 ?

얼마전에 최소리님의 소리를 본다 라는 공연을 봤어. 예술가가 그렇듯이 대중성을 확보한 연주자는 아니다. 그룹 백두산때부터 드러머로 활약했다고 하니까 수십년정도를 연주자로 활약을 한거 같어 그런데 지금껏 한번도 이름을 들어본적이 없었어. 그러다가 우연찮게 기회가 생겨서 공연을 보게 되었지. 국립극장 해오름관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국립극장정도에서 퍼포먼스를 펼칠 정도면 어느정도 인정받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지.

2시간 가까운 공연이였는데, 간단히 말해서 감동 먹었어. 예술이란 이런 거구나, 예술가란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구나 라는 거 말이지. 그 공연을 보면서 예술가란 영혼과 대화를 하는 사람이며, 공연(작품이 될 수도 있지)이란 영혼과 대화하는 위한 과정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 이라고 나름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 예전에도 대략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가슴으로 느꼈다고 보면 될거 같어.

공연을 보고나서, 그렇다면 프로그래밍이 과연 예술이라고 불리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지. 역시 나도 프로그래머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한 사람이 예술가로써 인정받기 위한 그 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지. 그런데 그러한 과정을 프로그래머를 모델로 해서 알아보기는 좀 힘들단 말이야. 프로그래밍 과정이 저급이라서 그런게 아니고 음악이라든지 미술같은거에 비해서 역사가 짧기 때문에 판단할 자료가 좀 상당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일단 예술가가 되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건 맞는거 같어, 영혼이란 형체가 없는 거잖아. 그런데, 영혼이 없는 화폭이라든지 북같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도구를 사용해서 그림과 음악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서 영혼을 구체적으로 타인에게 보여주려고 할라치면, 그야말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겠지. 최소리씨의 인생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소리에 미쳐서 학업도 대충 때우고, 백두산의 드러머로써 잘 나갈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도닦으면서 소리를 찾기 위해 정진했다고 들었어. 세상에 나온뒤로도 물론 계속되는 힘든 생활이였겠지. 대충 어떤 생활을 했을지 다들 상상이 되리라 생각되.

그러나 노력만으로 예술가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힘들지 싶어. 보통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에게 예술가로 불러주진 않지, 뛰어난 가창력을 소유한 가수라든지 만능 엔터테이너라든지 뭐 이렇게 불러주는거 같어. 대중가요를 했던 사람으로써 예술가로 불리우는 소수의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보면 어느 시점을 지나서 엔터네이너가 아닌 예술가로써의 그런 길을 걷는 경우가 많지.

아뭏든 노력만 가지고 예술가라고 판단하기 힘들다 하는 이유는, 대중가요 하는 사람들이라고 노력을 하지 않어 ? 성공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는 많은 가수들이 있지, 연기자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성공했다고 해서 예술가라고 불러주진 않어. 뛰어난 가수, 뛰어난 연기자라고 하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 내가 봤을적엔 그 에너지가 내부로 향하느냐 외부로 향하느냐의 차이인거 같어. 예술가는 저 깊이에 있는 내면의 영혼을 향해 에너지를 분출하는 사람들이고, 엔터테이너는 외부를 향해서 스킬을 연마하는 사람들이라고 난 생각해.

스티븐 호킹 박사를 예술가라고 하진 않지, 정말 예술적으로 생각한다 라는 식으로 얘기하긴 하겠지만, 이게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예술과는 다른 뜻이지. 아뭏든 과학자를 예술가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에너지가 외부로 표출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우주의 구조와 중력 뭐 이런 바깥의 것들을 탐구하는게 그가 하는 일이지. 자기 내면의 영혼을 찾아나가는 그런건 아니라고 보거든. 다른 기술적인 분야도 그렇고, 그 분야의 마스터를 최고의 박사, 역사상 유래가 없는 등으로 불러주긴 하지만 역시 예술가라고 하진 않지.

그럼 프로그래밍이 예술의 범주에 포함하느냐 ? 난 그렇지 않다고 봐. 창조의 영역이기 때문에 예술이라고 할 수 없어. 창조하지 않는 직업이 어딨어? 모든 학문과 공학이 창조의 영역이지. 프로그래밍이라는 것도 과학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다른 주어진 것을 탐구, 혹은 쉽게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인 분야로 봐야지 예술적인 그런 분야로 보는건 좀 그렇다고봐.

그리고 가만히 보면 프로그래밍이 예술의 범주에 속하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논쟁의 밑바닥에는 기술을 향한 탐구는 예술을 위한 행위보다 열등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상당히 있는거 같더라구. 예술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그럴듯해보이고, 기술자라고 소개하면 그저그런 사람으로 보여서 그러는거 같기도 한데, 그런거에 민감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야. 그게 예술이건, 육체노동이건 정신노동이건간에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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